와우보이 None

.구상범 감독의 <와우보이>는 `소리`에 대한 양가적인 개념을 견지하고 이를 영화의 주제에 녹여내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청각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을 일종의 결핍이나 고통의 근원으로 상정하고 있는 반면, 이 영화에서 `소리`는 결코 긍정적인 방식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민채는 부모님의 불화를 소리로 인지하고, 어머니의 화는 소리의 형태로 그녀에게 퍼부어진다. 민채를 따돌리는 친구들의 잔인한 말들 또한 민채에게 상처가 되기는 매한가지다. 소리에 짓눌려 있는 민채에게, 장애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자존감이 높은 시온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선생님의 잔소리에 인공와우장치를 몰래 빼버리는 시온을 보며 민채는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시온의 에너지에 감화된다. `소리`의 의미가 갖는 빛과 어둠은 장애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시선이 상정하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위계를 흔들고 뒤엎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러한 체계에 대한 유쾌한 반란의 시선에 있다.
(2021년 22회 가치봄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