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와 카프카 Franz & Kafka

.판타스틱 단편영화의 필요충분조건으로서, 은근슬쩍 여러 작품 속에 인용되던 카프카가 이 작품 속에서는 전면에 나선다. 에른스트 프란츠와 조세프 카프카, 두 사람은 이웃한 방에서 타자기를 토닥거리면서 공동작품을 집필한다. 프란츠가 한 구절 써서 카프카에게 보내면, 카프카는 그 다음을 이어쓴다. 프란츠는 뭔가 의미심장한 대작을 원하지만, 카프카는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곧바로 끄적인다. 이러한 어긋남에 프란츠는 펄프 픽션 따위는 쓰기 싫다며 발끈한다. 프란츠가 공동집필을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지만 출구는 봉쇄된다. 그리곤 카프카의 초현실주의적인 공간으로 빠져든다.
프란츠 카프카가 모더니즘에 속하는가 리얼리즘에 속하는가에 대한 문학적 논쟁은 이 작품 속에서 동형이체(同形異體)의 프란츠와 카프카로 분리된다. 서로 상충하는 카프카의 복합적인 성격이 그의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모티브로 구체화된다. 우리가 더듬거렸던 '카프카적'인 것이 이 짧은 필름 속에 모두 담겨있다.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