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이올렛? Why Violet?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흥겹게 살아가는 이집트 서민들의 끈적한 일상을 열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진 것은 없지만 길고 깊은 우정을 이어가는 세 친구 아메드와 사예드 그리고 아바스. 성에서 일하던 아메드는 집의 여인들 중 하나와 부적절한 관계로 얽히면서 해고당했다. 이후에도 그는 친구들과 함께 쓰는 방 안 침대 옆에 그녀의 사진을 붙여놓은 채 그녀를 잊지 못한다. 한편 그는 동네 여인 수와이드와도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수와이드는 진심으로 아메드를 사랑하지만 아메드의 마음속에는 침대 옆 벽에 붙어있는 그녀뿐인 것 같다. 사실 수와이드에게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메드의 친구 사예드이다. 가난에 찌든 형편에도 사예드는 목걸이를 사들고 수와이드를 찾아가는데,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냉대이다. 한편 아메드는 아바스를 결혼시키고, 두 친구는 방을 부부에게 내준다. 방 안에서 들리는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으며 땅바닥에서 몸을 오그리고 자야하는 신세이지만 그들은 몰래 툴툴거릴지언정 아바스에게는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메드를 유혹하려다 실패한 아바스의 아내는 아메드에게 앙심을 품고 이간질을 시도한다. 그녀의 꼬임에 넘어가 세 친구의 밥줄인 아메드의 노점카트를 훔쳐 달아나려던 아바스 그리고 수와이드와의 관계로 질투에 눈이 먼 사예드로 인해 세 친구의 우정엔 금이 가고 만다. 화가 난 아메드는 돌아가신 이모에게서 물려받은 카트를 급기야 동네 사람들 앞에서 불태워버리고 얼마 전 출소한 동창생 알리 보비를 찾아간다. 따로따로 보낸 시간이 흘러간 후 세 친구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행복했던 옛 시절의 우정을 그리워한다.
(2005년 제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장호륜)